법원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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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주기의 길이, 취업규칙,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등 적용하려는 제도별 법정요건을 먼저 갖추지 않으면 나중에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차액은 물론 형사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이미지=AI) |
요양보호사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했더라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절차를 갖추지 않았다면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8월 12일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인복지시설 대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미지급 임금 차액은 퇴직 근로자 2명에 대해 합계 1103만6503원, 퇴직금 차액은 합계 84만4142원이었다.
쟁점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효력이었다. 기관 측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했기 때문에 추가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설령 제도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대표가 이를 알지 못했으므로 임금체불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업규칙 없이 근로계약만으로 도입
법원은 2주 이내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취업규칙에서 그 내용을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도록 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고, 단순히 근로계약서에 적거나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는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기관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취업규칙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통해 운영한 것으로 판단됐다. 시설 운영자가 제출한 취업규칙 관련 자료에도 실제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포함돼 있었고, 취업규칙 작성 시기와 내용에 관한 진술도 여러 차례 달라졌다.
법원은 기관 개설 당시 적법한 취업규칙이 작성됐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실제 취업규칙 신고 역시 사건이 문제된 이후인 2024년 7월 이뤄졌다.
“1일 17시간 근무·2일 휴무”는 2주 단위에도 맞지 않아
근무형태 자체도 문제가 됐다. 이 기관은 1일 17시간을 근무한 뒤 이틀을 쉬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운영했다. 법원은 이러한 근무주기는 3주를 단위로 해야 평균근로시간을 제대로 산정할 수 있어 2주 단위 탄력근로제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3주 단위 제도를 적용하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등 별도의 법적 요건도 필요하다.
대표의 고의도 인정
법원은 대표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기 위해 취업규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근로계약을 통해 제도를 운영한 만큼 임금과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의 교대근무표를 탄력근로제처럼 운영한다고 해서 법적인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