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복지행정 50% 이상 AI 자동화…2030년 이후 가정용 자율추종 돌봄로봇 추진
 |
| 이미지=AI |
인공지능과 로봇이 장기요양과 복지 현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혼자 있는 어르신의 생활과 건강상태를 AI가 24시간 살피고, 요양시설에서는 스마트 기저귀와 낙상·움직임 감지센서가 이상징후를 확인한다. 종사자가 직접 작성하던 반복적인 행정기록도 단계적으로 디지털과 AI로 전환된다.
보건복지부는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복지·돌봄 AI 대전환 로드맵」을 보고했다. 정부는 ‘든든한 돌봄, 따뜻한 복지, 함께 누리는 AI’를 목표로 첨단기술 기반 돌봄체계 구축, AI 기반 복지행정 혁신, 사람 중심 AI 활용기반 구축 등 3대 전략을 추진한다.
2043년 요양보호사 99만 명 부족 전망
정부가 AI 돌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급속한 고령화와 돌봄인력 부족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은행의 전망을 인용해 2043년 요양보호사가 99만 명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이를 담당할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와 로봇을 활용해 돌봄 공백을 줄이고 종사자가 사람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가 어르신, AI가 24시간 살피는 ‘스마트 홈’
재가돌봄에는 AI 기기와 장비를 결합한 ‘스마트 홈’이 도입된다. 현재 재가서비스는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가 방문하는 시간에 서비스가 집중돼 있어 나머지 시간에는 돌봄 공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AI가 어르신의 생활패턴과 건강상태, AI와의 대화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24시간 건강·안전·정서상태를 살피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응급호출이 발생한 뒤 위험을 확인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평소와 다른 생활패턴이나 건강변화를 AI가 조기에 찾아 필요한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제시한 5년 후 변화 예시에서는 위기상황 확인시간을 최대 6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모델도 제시됐다.
요양시설은 ‘2시간마다 순회’에서 실시간 감지로
시설 돌봄의 변화도 크다. 정부는 장기요양시설 등을 ‘스마트 시설’로 전환해 단순·반복업무는 AI가 담당하고 신체적 부담이 큰 업무는 돌봄로봇이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돌봄에 종사자의 시간을 더 집중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야간 돌봄 방식의 변화가 주목된다. 현재 시설에서는 종사자가 일정 시간마다 직접 순회하면서 어르신의 안전과 수면, 배변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마트 기저귀와 낙상·움직임 감지센서 등을 이용해 한곳에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대응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2027년 400가구·12개 시설에서 먼저 실증
정부는 스마트 돌봄을 한꺼번에 전 시설에 적용하지 않고 현장 실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우선 2027년 400가구와 12개 시설에서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설 모델을 개발·실증하고, 2028년부터 공공 돌봄을 중심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스마트 시설은 인구감소지역의 국공립 장기요양시설 등을 중심으로 적용한 뒤 민간시설까지 확대한다. AI와 사물인터넷, 로봇을 각각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시설의 업무방식과 운영체계 자체를 스마트 기술에 맞게 재설계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2030년 이후 ‘따라다니는 돌봄로봇’도
돌봄로봇 개발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2027년부터 AI·IoT 기반 돌봄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2028년부터는 피지컬 AI와 돌봄로봇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 이후에는 가정에서 어르신을 따라다니며 말동무와 안전감지,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가정용 AI 자율추종 로봇’ 적용도 추진한다.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기술은 장기요양보험 복지용구 품목에 신속하게 등재하거나 시설 수가, 바우처 등과 연계해 실제 서비스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장기요양 기록·행정업무도 AI로 전환
AI 도입은 직접 돌봄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복지공무원과 돌봄 종사자가 반복적인 행정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복지·돌봄 현장의 행정업무도 대대적으로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서류 접수와 검증, 시스템 입력 등 정형화된 복지행정 업무의 50% 이상을 AI로 자동화하고, 돌봄현장에서 수기로 작성해 온 기록과 물품관리, 지출결의서 작성 등 반복업무도 단계적으로 디지털로 전환한다. 이후에는 급여 적정성 판단과 부정수급 탐지, 근무관리, 상담계획 수립, 사례관리와 서비스 연계 등 종사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영역으로까지 AI 활용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2027년 복지상담 AI…2029년 ‘원클릭 신청’
국민이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2027년부터는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일상적인 말로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찾아 추천하도록 하고, 2029년에는 추천받은 서비스를 ‘원클릭’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다.
AI를 이용한 위기가구 발굴도 확대한다. 초기에는 경제적 위기가구를 정밀하게 찾는 데 활용하고 이후 고립, 학대, 돌봄 등 복합적인 위험까지 함께 분석해 생활환경의 변화를 AI가 먼저 감지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복지·돌봄 마이데이터’도 도입
AI 돌봄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체계도 구축한다. 공공과 민간에 흩어진 복지·돌봄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2027년부터는 이용자와 보호자가 자신의 복지·돌봄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동의하에 활용할 수 있는 ‘복지·돌봄 마이데이터’를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를 의료 마이데이터와 연결해 복지와 돌봄, 건강, 의료정보를 결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개인정보와 이용자 권리보호를 위해 AI 활용의 법적 근거와 윤리 가이드라인, 인간의 개입·감독 원칙과 AI 오류점검 체계도 함께 마련한다.
장기요양 종사자 AI 교육도 본격화
시설에 장비만 설치하는 것으로 스마트 돌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돌봄 종사자와 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무교육을 확대하고, 현장에서 디지털·AI 전환을 주도할 강사와 리더 인력을 별도로 양성할 계획이다. 고령자 등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AI 교육도 추진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로드맵과 관련해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반복 업무를 분담하는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돌봄인력 부족에 대응하면서 종사자는 상담과 관찰, 정서지원, 직접 돌봄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요양, AI 도입 여부보다 ‘업무방식의 변화’가 핵심
이번 로드맵은 장기요양기관에 AI 장비 몇 개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앞으로 시설 운영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야간순찰은 센서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배변 확인은 스마트 기저귀로, 반복적인 기록은 자동화된 전산으로, 안전관리는 AI 이상징후 감지와 연결되는 방향이다.
특히 정부가 효과가 검증된 기술을 복지용구와 시설 수가 등 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연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어떤 스마트 장비와 돌봄로봇이 장기요양 급여체계 안으로 들어오는지가 현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로드맵은 단계적 실증과 확산을 위한 정부 계획으로, 현재 모든 장기요양기관에 스마트 기저귀나 AI 센서 등의 도입 의무가 새롭게 발생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