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요양보호사·조리원 배치비율은 전문·기술적 사항…정책 변화에 탄력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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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조리원 등 구체적인 인력배치기준과 시설급여비용의 가감·산정방법을 법률이 직접 규정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월 17일 요양원 운영자가 제기한 구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1조 제2항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인력기준, 시설급여비용 가감지급 기준, 급여비용 산정방법을 하위법령에 위임한 관련 법률조항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2억8381만원 환수에서 시작된 사건
사건은 수원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던 A씨에 대한 현지조사에서 시작됐다. 관할 구청은 2020년 7월 요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A씨가 2013년 1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인력배치기준과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등을 위반해 장기요양급여비용을 과다 청구·수령했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2020년 10월 결정한 환수금액은 2억8381만560원이었다. A씨는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21년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했고,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도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관련 장기요양보험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중요한 인력기준을 법률이 직접 정해야 한다”
A씨의 핵심 주장은 장기요양기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력배치기준과 급여비용 산정기준을 법률이 직접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장기요양기관이 인력배치기준을 위반하면 급여비용 감액과 환수, 인력추가배치 가산 배제 등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요양보호사·조리원 등의 구체적인 배치기준과 급여비용 계산방법을 국회가 만든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또 시설급여비용 산정방법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면서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헌재 “인력은 시설급여 제공의 핵심 요소”
헌법재판소는 장기요양시설에서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하는 것이 시설급여 제공체계의 핵심 요소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시설급여는 장기간 입소한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지원과 심신기능 유지·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수급자의 상태와 급여내용에 맞는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이 곧 요양보호사나 조리원 등의 구체적인 숫자와 입소자 대비 배치비율까지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자체가 장기요양기관의 개념과 급여대상, 급여종류와 내용, 시설급여 제공의 기본원칙, 필요한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항을 이미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다.
“요양보호사 몇 명 둘지는 전문·기술적 사항”
헌재가 특히 주목한 것은 인력배치기준의 전문성과 변화 가능성이었다.
시설에 필요한 구체적인 인력기준은 시설 유형과 입소자 수, 수급자의 심신상태, 제공하는 급여의 종류와 내용, 직종별 인력수급 상황, 각 직종의 업무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헌재는 이러한 사항은 전문적·기술적 판단이 필요하고 장기요양 수요와 사회복지정책, 장기요양보험 정책의 변화에 따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와 조리원 등 개별 직종의 구체적인 인원수나 입소자 대비 배치비율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서 정하도록 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급여비용 가산·감액 기준도 합헌
시설급여비용의 가산과 감액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부분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시설급여비용의 청구·심사·지급구조뿐 아니라 공단이 장기요양급여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제공됐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급여비용을 가산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는 기본구조를 법률에서 이미 정하고 있다.
헌재는 실제 얼마를 가산하거나 감액할지, 어떤 계산방식을 적용할지는 급여의 종류와 내용, 시설과 인력 관련 평가항목, 장기요양기관의 운영현실 등을 반영해야 하는 세부적·기술적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내용까지 반드시 법률에서 직접 규정해야 하는 본질적인 사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가 산정방법 위임도 포괄위임 아니다
시설급여비용의 구체적인 산정방법을 보건복지부령에 맡긴 것도 합헌으로 판단됐다.
헌재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을 결정할 때 장기요양보험 재정상태와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 본인부담금 수준, 장기요양 수요와 서비스 수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이러한 조건은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급여비용 산정방법을 법률에 모두 미리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전문성을 갖춘 행정기관이 정책과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또 법 전체를 종합하면 급여종류와 장기요양등급, 급여 제공일수, 서비스 적정성 등이 급여비용 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장기요양기관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액·환수 불이익 너무 크다” 주장은 판단 대상에서 제외
A씨는 인력배치기준 위반에 따라 급여비용 감액과 환수, 인력추가배치 가산 배제 등이 중첩돼 지나치게 큰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고 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 주장의 실질이 법률 자체가 아니라 당시 보건복지부 고시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는 이번과 같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위헌법률심판형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하위규범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를 위임한 법률까지 당연히 위헌이 되는 것도 아니라며 이 부분을 더 판단하지 않았다.
인력배치기준, 장기요양기관 운영의 ‘기본 요건’ 재확인
이번 결정은 장기요양기관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헌재는 인력 확보와 배치가 단순한 행정상 신고사항이 아니라 장기요양기관 지정과 시설급여비용 지급을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요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요양보호사와 조리원 등의 구체적인 배치기준, 인력추가배치 가산, 급여비용 감액과 산정방식을 사회·경제적 여건과 장기요양정책 변화에 따라 하위법령에서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법적 구조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장기요양기관 입장에서는 “법률에 구체적인 숫자가 없다”거나 “고시에서 정한 세부기준”이라는 이유만으로 인력배치기준의 효력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의미가 크다. 실제 근무인원과 근무시간, 직종별 업무수행 여부, 인력추가배치 가산 요건을 일상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환수 위험을 줄이는 핵심적인 운영관리로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