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문 규정 없어도 사망 사실 알릴 사회상규상 의무 있어”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화장·유골 행방 확인 못하게 한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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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요양원에서 입소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처리만으로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보호자 연락처를 평소 정확하게 관리하고, 사망 시 연락 시도와 결과를 기록하며, 장례와 유골 인계 과정까지 분명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이미지=AI) |
14년 넘게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어르신이 병원에서 사망한 뒤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틀 만에 화장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요양원 실질운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6년 9월 8일 망인의 딸과 사위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1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가 두 사람에게 각각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항소심에서 결론이 달라졌다.
망인은 2007년부터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2022년 5월 병원으로 이송됐고 당뇨병성 족부괴저에 따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요양원 측은 사망 이틀 뒤 화장신고를 하고 화장절차를 진행했다. 딸과 사위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약 1년7개월 뒤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뒤늦게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법에는 없었지만 가족에게 알려야 할 의무
항소심이 주목한 부분은 당시 법령에 요양원이 입소자의 사망 사실을 유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명문의 조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원은 법에 직접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선행행위와 신의성실의 원칙, 사회상규에 따라 통지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망인은 약 14년6개월 동안 이 요양원에서 생활했고, 그동안 망인의 사위가 요양원을 방문해 왔다. 특히 운영자 측이 과거 사위에게 면회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사위는 이를 받아들이면서 망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달라는 취지로 말한 정황이 인정됐다.
법원은 이러한 관계라면 가족들이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요양원이 연락해 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다.
연락 닿지 않았어도 이틀 만에 화장은 너무 빨라
요양원 측은 유족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설령 연락을 시도했다고 하더라도 사망한 지 이틀 만에 바로 화장을 결정한 것은 가족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두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화장 후 망인의 조카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유골을 인도했다는 주장도 문제가 됐다. 법원은 그 사람의 신원과 연락처를 확인하지 않은 결과 유족들이 현재까지 유골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하게 된 데에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례에 참여하고 추모할 기회도 보호받아야
법원은 유족이 가족의 장례절차에 참여하고 유체나 유골을 인수해 추모할 기회 역시 보호받아야 할 인격적 법익이라고 봤다. 다만 유족들도 망인이 사망한 뒤 1년7개월 동안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정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각각 250만원으로 정했다.
이번 판결은 요양원에서 입소자가 사망했을 때 사망처리만으로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보호자 연락처를 평소 정확하게 관리하고, 사망 시 연락 시도와 결과를 기록하며, 장례와 유골 인계 과정까지 분명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