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신발 벗으려다 발생한 돌발행동까지 예견하기 어려워”
잠시 자리 비운 부주의와 형사상 업무상 과실은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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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 여부와 별개로 종사자가 당시 상황에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객관적인 기록과 실제 돌봄행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이미지=AI) |
고령의 어르신이 요양보호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넘어져 중상을 입었지만, 법원은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요양보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요양보호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는 지난해 4월 군산의 한 장기요양기관 물리치료실 인근에서 발생했다. 94세 여성 어르신은 물리치료를 마친 뒤 요양보호사에게 잃어버린 보청기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에게 침대에 앉아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보청기를 찾으러 이동했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떠난 지 20초도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의자를 짚고 신발을 벗으려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이 사고로 어르신은 어깨 부위 골절 등 약 10주간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고령·낙상 이력만으로 사고 예견했다고 볼 수 없어
수사기관은 어르신이 장기요양 5등급의 고령자이고 과거에도 낙상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요양보호사가 보다 세심하게 보호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어르신의 나이와 과거 사고 이력을 고려하면 혼자 걷거나 서 있을 때 낙상위험이 높은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단순히 보행하거나 서 있다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의자를 짚고 신발을 벗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했다고 봤다.
따라서 요양보호사가 이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과 사고까지 미리 예상해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침대에 앉았는지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는 인정
재판부는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이 실제로 침대에 안전하게 앉았는지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자리를 비운 점에는 부주의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 사고 발생을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고,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법원은 이번 사고에는 어르신이 갑자기 신발을 벗으려 한 행동이 개입됐고, 이러한 돌발행동까지 요양보호사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결국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할 정도의 주의의무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낙상사고 발생했다고 종사자 책임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에서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종사자의 형사책임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어르신의 연령이나 낙상위험도뿐 아니라 사고 직전의 상황, 종사자가 예상할 수 있었던 행동의 범위, 사고를 실제로 피할 수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무죄 판결이 고위험 어르신을 혼자 두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낙상위험이 높은 어르신에게는 이동 전후 안전을 확인하고, 잠시 자리를 비울 경우에도 안정된 자세인지 확인하는 기본적인 보호조치가 여전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