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액 이상의 피해 회복에도 피해자는 고소…용서받지 못해
법원, 잘못 인정과 초범 사정 참작하되 신뢰 배반한 범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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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어르신의 통장을 맡아 관리하는 관계에서 금전적 책임과 신뢰의 무게를 함께 보여준다. 피해를 회복했더라도 장기간 반복된 횡령과 그로 인한 신뢰 훼손은 별도로 평가됐다. 요양원 종사자가 어르신의 부탁으로 보관하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행위에 법원이 형사책임을 물은 사건이다.(이미지=AI) |
통장 관리를 부탁한 요양원 입소 어르신의 돈을 개인 대출금과 생활비 등에 사용한 총괄팀장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횡령액 이상의 피해 회복이 이뤄졌지만, 피해자는 그 이후 형사고소를 통해 책임을 물었다.
법원은 2026년 9월 10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요양원 총괄팀장 A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46차례에 걸쳐 임의로 인출한 금액은 모두 2,273만2,000원이다.
관리해 달라며 맡긴 통장, 개인 지출에 사용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9월경 입소 어르신으로부터 통장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통장을 건네받아 보관했다. 그러나 같은 달 11일 금융기관 현금자동입출금기에 통장을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해 현금 10만원을 임의로 인출했다.
인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25년 5월 27일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모두 46차례 반복됐다. 이렇게 인출한 돈은 어르신을 위한 지출이 아니라 A씨의 대출금 변제와 생활비, 신용카드 결제대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재판에서는 A씨의 법정진술과 피해자의 경찰 진술, 계좌 입출금 내역, 상담일지 및 관련 자료,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피해 회복 뒤에도 고소…돌려받지 못한 신뢰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피해 회복과 고소의 순서다. 법원은 횡령한 금액을 넘는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는 점을 A씨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피해 회복이 이뤄진 이후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를 믿고 통장을 맡겼는데도 그 신뢰를 배반해 돈을 횡령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배신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금전적인 손해가 회복됐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와의 관계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잘못 인정한 초범이지만 반복된 범행 무겁게 판단
법원은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도 참작했다. 반면 범행 기간과 횟수가 상당하고, 인출한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사정으로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과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벌금형을 정했다.
이번 판결은 어르신의 통장을 맡아 관리하는 관계에서 금전적 책임과 신뢰의 무게를 함께 보여준다. 피해를 회복했더라도 장기간 반복된 횡령과 그로 인한 신뢰 훼손은 별도로 평가됐다. 요양원 종사자가 어르신의 부탁으로 보관하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행위에 법원이 형사책임을 물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