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증 치매 수급자 간 신체접촉 사고 막도록 충분한 인력 배치했어야”
사망과 사고 인과관계는 부정…센터 운영자에게 위자료 1,000만원 배상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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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이미지=AI |
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던 치매 어르신끼리 신체접촉 과정에서 한 어르신이 넘어져 대퇴경부 골절상을 입은 사건에서, 법원이 센터 운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2026년 10월 20일 피해 어르신의 상속인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센터 운영자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고는 2023년 9월 27일 보호센터 내부 복도에서 발생했다. 치매를 앓고 있던 D 어르신이 마주 오던 또 다른 치매 어르신 B의 팔 윗부분을 갑자기 손으로 치자, B가 뒤돌아 D를 밀었다. 이 과정에서 D가 넘어지며 대퇴경부 골절상을 입었다. D는 이후 수술과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10월 기존 질환인 심근병증이 악화돼 사망했다.
가해 어르신은 심신상실…손해배상책임 없어
B는 폭행치상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가 치매로 인한 중증 인지장애로 사물변별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행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민사재판부 역시 B가 심신상실 상태에서 폭행행위를 했다고 보고 민법 제754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센터 운영자 책임은 달랐다
법원은 센터 운영자의 책임은 별도로 판단했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일정 시간 동안 수급자를 보호하면서 신체활동 지원과 심신기능 유지·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치매로 사물변별능력이 떨어진 수급자들 사이에서 신체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인력을 배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센터 운영자가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사고 당시 D가 먼저 B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점 등을 고려해 센터 운영자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사망과 사고의 인과관계는 인정 안 돼
유족은 장례비와 망인의 위자료, 유족 본인의 위자료를 포함해 모두 7,0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골절사고와 D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D가 사고 이후 수술과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망 원인이 기존 질환인 심근병증의 악화였던 만큼 사고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장례비와 유족 본인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D 본인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원만 인정했다.
치매 수급자 간 사고도 시설 책임 문제될 수 있어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에서 수급자 간 충돌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기관의 보호·관리 책임이 문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지기능이 크게 저하된 수급자가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라면 단순히 사고 당사자들의 행동만 볼 것이 아니라, 위험을 예측하고 충분한 인력을 배치했는지, 수급자 간 충돌을 예방할 관리체계를 갖췄는지가 책임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