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병원 이송이나 골절 확인 없이 약 5주간 생활하게 해
법원 “장기간 치료 지연이 건강 악화·패혈증 거쳐 사망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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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상 자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낙상 이후 통증 호소를 장기간 방치한 것은 기관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이후 건강 악화와 사망에 대한 책임까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요양기관이 주의 깊게 살펴볼 판결이다. 이미지=AI |
요양원에 입소한 88세 어르신이 두 차례 낙상한 뒤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약 5주 동안 병원 진료나 골절 여부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원의 보호의무 위반과 어르신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은 2026년 9월 18일 망인의 자녀 5명이 요양원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요양원 측의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들에게 각 727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차례 낙상…통증 호소에도 병원 이송 안 해
망인은 장기요양 4등급을 받은 88세 어르신으로 2024년 12월 요양원에 입소했다. 입소계약에는 요양원이 입소자의 건강관리에 협조하고,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경우 보호자에게 즉시 연락하며, 질병이나 상해로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망인은 2025년 1월 24일과 31일 두 차례 넘어졌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어깨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요양원 종사자들은 병원으로 이송해 골절 여부를 확인하거나 진료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망인은 결국 같은 해 3월 11일 병원을 찾았고, 좌측 쇄골 원위부 골절과 요추 1번 및 흉추 12번 압박골절이 확인돼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6월 30일 폐렴에 따른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법원 “고령자는 가벼운 낙상도 골절 위험 커”
재판부는 요양원 측이 망인의 건강관리 및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88세의 고령으로 낙상 위험이 높았고, 요양원 종사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으며, 고령자는 가벼운 낙상만으로도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요 판단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망인이 낙상 후 통증을 계속 호소했는데도 골절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사망 원인은 폐렴…그래도 인과관계 인정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낙상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이다.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민사상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쇄골 골절은 낙상사고로 발생했고, 기존의 요추·흉추 압박골절도 낙상으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요양원 측의 즉각적인 조치가 없어 망인이 약 5주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골절 상태로 생활했고, 이러한 장기간의 치료 지연이 전체적인 신체 건강을 악화시키고 폐렴을 유발한 패혈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낙상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요양원 책임은 50%로 제한
법원은 치료비 1,370만원과 장례비 500만원을 손해로 인정했다. 다만 낙상사고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고, 망인이 88세의 고령이었으며 기존에 요추와 흉추에 진구성 골절이 존재했던 점 등을 고려해 요양원 측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망인 본인의 위자료는 1,200만원, 자녀 5명에게는 각각 300만원의 고유 위자료가 인정됐다. 최종적으로 각 자녀는 상속받은 손해배상채권 427만원과 고유 위자료 300만원을 합해 각각 727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낙상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낙상 후 대응
이번 판결은 요양시설에서 낙상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이후 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손해배상책임 판단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의 입소자가 낙상 후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할 경우 단순 관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골절 가능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진료와 검사를 신속하게 연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