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류수철 뉴트리(NUTRI Co., Ltd.) 해외사업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조용히 찾아오는 변화 가운데 하나가 ‘삼키는 힘’의 저하입니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한 번, 의료진과 연구자, 그리고 기업이 이 문제 하나를 놓고 한자리에 모입니다. 일본섭식연하재활학회(Japanese Society of Dysphagia Rehabilitation, 이하 JSDR)의 학술대회입니다. 2026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일본 고베에서 제32회 학술대회(JSDR 2026)가 개최되었습니다. JSDR이 일본에서 어떤 학회이고 그곳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한국에 어떤 의미인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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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고베국제전시장에 걸린 제32회 일본섭식연하재활학회 학술대회 안내 배너. (오른쪽) 이번 대회의 주제는 ‘State of the Art를 넘어서’였다. |
점도증진제와 겔화제, JSDR을 지탱하는 두 축
JSDR 2026의 핵심은 역시 점도증진제와 겔화제였습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점도증진제는 액체에 걸쭉함을 더하는 것이고, 겔화제는 음식을 굳혀 형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흐르는 것은 붙잡아주고, 흐트러진 것은 다시 모양을 잡아 준다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 두 가지가 연하식(嚥下食)의 출발점이며, 학회장의 전시와 발표 역시 대부분 이 두 축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번 학회에 참여한 여러 업체의 부스에서는 더 잘 녹고, 점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며,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점도를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추가해서 구강 케어에 대한 다양한 디바이스를 홍보 및 판매하는 업체도 참가한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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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상식(常食)과 동등한 영양가’를 내건 뉴트리 부스의 영양보충 제품군. (오른쪽) 단순히 잘게 썬 음식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응고보조 제품 안내판. |
“삼키는 것만 어려울 뿐” — 일본이 연하장애를 바라보는 방식
일본의 JSDR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일본에서 ‘연하장애(嚥下障害)’는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삼키는 것만 어려울 뿐 그 외의 기능은 정상인 환자와 그 가족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연하장애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먹는 것이 아니라, 일반식을 어떻게 하면 정상인과 같은 맛으로 먹을 수 있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시선의 차이는 그대로 제품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85℃라는 조건 — 가열식 겔화제와 비가열식 겔화제
일반적으로 연하식(嚥下食)에 사용하는 겔화제는 85℃ 이상으로 가열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가열식 겔화제의 경우 85℃ 가열 이후 온도가 낮아지면서 음식을 성형할 수 있을 정도의 점도를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대상에게 연어 스테이크를 갈아서 제공하는 것이 아닌 연어 스테이크 모양으로 제공하면서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완전 조리된 음식과 겔화제를 믹서로 갈고 난 후에 가열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뉴트리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이번 JSDR에서 비가열식 겔화제를 사용한 연하식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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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조리 시연과 시식을 함께 진행한 뉴트리 부스. (오른쪽) 같은 재료라도 갈아 놓기만 한 상태와 비가열식 겔화제(Katamelin를 이용해 형태를 살려 담아낸 상태는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
50g에 200kcal — 소용량 고열량의 영양보충식
이번 학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소용량 고열량 제품이었습니다. 소용량 고열량 제품은 젤리와 파우치 형태의 제품이 많았습니다. 젤리의 경우는 50g 용량으로 200kcal의 고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g당 4kcal의 고밀도 열량임에도 맛이 매우 다양하고, 과일 맛 위주라 느끼하거나 텁텁하지 않았습니다. 파우치 형태의 제품들도 100g 용량에 160kcal, 단백질 5.1g을 함유한 제품을 비롯해 용량과 열량이 다양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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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파우치와 컵 형태로 구성된 믹서식·영양보충 제품 전시. (오른쪽) 한 입 크기의 고열량 젤리 제품들. 과일 맛을 중심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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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 완제품 연하식과 연하식 떡
연하식(嚥下食)도 완제품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한 브릭 형태부터 음식 모양의 몰드에 담긴 형태까지 다양하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하식을 전시하는 부스에서는 포장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으며, 가열해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이 형태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간단하게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음식 모양 그대로 드실 수 있습니다”가 Key point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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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브릭 형태부터 음식 모양의 몰드까지, 완제품으로 진열된 부드러운 연하식과 명절 도시락. (오른쪽) 주식(主食)인 밥의 영양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안한 공동 부스. |
연하식 떡 제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신년이 되면 떡을 먹게 되는데, 이때 고령자의 떡 질식 사고가 매년 발생한다고 합니다. 특히 연하장애(嚥下障害)를 가진 분들이 떡을 먹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연하식 형태의 떡을 개발하여 현재 유통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명절의 음식 하나까지도 ‘안전하게 함께 먹는 방법’으로 다시 만들어 내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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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숟가락으로 떠먹는 연하식 떡. 고령자의 떡 질식 사고를 막기 위해 개발되어 현재 유통되고 있다. |
그렇다면 한국은 — 제품보다 먼저 필요한 것, ‘관심’
JSDR을 매번 방문하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양한 제품군,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단순 연하장애환자 대상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있는 제품들도 그 맛이나 종류가 비슷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아직 이 연하식, 연하장애(嚥下障害) 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2024년 말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선택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이런 제품들은 필수가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영양공급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고령인구가 더 증가될 것입니다. 이런 고령 인구가 연하장애가 있거나, 식사량이 줄어들 경우 과연 맛있게,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그 의문에서 불안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삼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경우, 오히려 먹을 것이 없어서, 또는 음식을 갈아서 섭취하거나 미음, 죽의 형태로 공급되어서 식욕이 생기지 않아서 섭취량이 줄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서 건강이 더 나빠지고 그 결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JSDR에서는 수분 보충부터 영양 보충까지 이어지는 방법과 그에 맞춘 제품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제품을 찾는 사람들과 공급하려는 회사들, 즉 이런 제품이 필요하고 공급해야겠다는 ‘관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술보다 앞서 있었던 것은 결국 이 관심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늙은이 아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분들 대상으로 Care food를 홍보하고 권유를 할 경우 그 분들께서는 “우리는 아직 늙은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건 한국만의 분위기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Care food에 대한 것은 늙고 젊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양이 제대로 보충되고 움직일 수 있어야 노화 속도가 늦춰지고, 지금 흔히 이야기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될 수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인 먹는 것에 문제가 없어야만, 그리고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아야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학회 참가하면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과거보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Care 관련 음식, 제품들의 시장이 많이 형성되고, 많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보 또는 초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지만, 이 Care food에 대한 것은 느리거나 빠르거나 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멈추지만 않고 계속 진행을 한다면, 한국에서도 JSDR에서 본 것과 같은 다양한 Care food 시장을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쓴이 | 류수철 일본의 케어푸드·임상영양 기업 뉴트리(NUTRI Co., Ltd.) 해외사업부에서 한국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 = 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