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며 7억 원이 넘는 장기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하여 지급받은 혐의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 처분을 받은 요양원 측이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해당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6일, 요양시설 'B'를 운영하는 원고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2023구합51748).
이 사건은 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원고 A씨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한 후, 2021년 10월 20일 총 719,298,590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공단이 적발한 주요 처분 사유는 ▲인력 배치 기준 위반 ▲인력 추가 배치 가산 기준 위반 ▲배상책임보험 가입 기준 위반 ▲겸직 직종 및 고유 업무 외 다른 업무 수행 등이었다.
원고 A씨는 이 중 특히 위생원으로 근무한 직원이 세탁 업무를 주로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인력 배치 및 가산 기준을 위반하여 급여를 청구했으며,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급여 감액 대상임에도 전액을 청구했다고 공단 측이 판단한 것에 대해 다퉜다. 또한, 현지조사 시 사전 통지가 없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 '사전 통지 없는 현지조사' 논란… 법원 "절차상 문제없다"
재판부는 먼저 현지조사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장기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여부 등을 확인하는 현지조사의 특성상 미리 통지할 경우 관련 자료를 은닉, 변경, 폐기하거나 관계자들이 진술을 맞추는 등으로 조사의 목적 달성에 장애가 생길 염려가 충분하다"고 지시했다. 이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 통지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사전 통지 없이 이루어진 현지조사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령 일부 위법이 있더라도, 처분 절차의 정당성을 상실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 '위생원 업무 범위' 해석… "주된 업무는 세탁" 공단 손 들어줘
원고는 위생원이 세탁 외 청소 및 환경 위생 관리 업무를 모두 수행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위생원의 주된 업무가 세탁 업무라고 명확히 해석했다. 이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및 관련 고시의 규정 체계와 "세탁물을 전량 위탁 처리하는 경우 위생원을 두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재판부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해당 위생원이 "빨래는 요양보호사가 하고 빨래 갤 때 양이 많으면 가끔 돕는다. 시설 내 청소도 요양보호사가 한다"고 진술하는 등 세탁 업무를 거의 수행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점, 다른 종사자들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위생원이 세탁 업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급여를 청구한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행정재판은 수사기관의 판단에 구속되지 않으며 증거에 의한 자유심증으로 반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인력 추가 배치 가산금' 및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위반도 인정
재판부는 인력 배치 기준을 위반한 경우 인력 추가 배치 가산 전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단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관련 고시가 2023년 말 개정되어 일부 직종 위반 시에도 다른 직종 가산을 인정하는 내용이 신설되었으나, 이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어 이 사건에 소급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가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이나 화재플러스 보장보험은 시설의 용도에 따른 손해를 담보하는 영업배상 보험일 뿐, 요양기관 종사자가 업무 중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를 담보하는 '전문인 배상책임보험'과는 담보 범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미가입에 따른 처분 사유도 인정했다.
◇ 재량권 일탈·남용 아냐… "부당이득 전액 환수 원칙"
마지막으로 원고는 환수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부당하게 지급된 비용을 원상회복하려는 '부당이득반환'의 성격을 가지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정수급액 전액을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는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