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경쟁 업체로 이직하며 전 직장의 수급자 정보를 빼돌려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요양복지센터 전 간호조무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당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나 업무상 배임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단독 이○○ 판사(2023고단514)는 지난해 8월 13일,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A씨가 2015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울산 남구에 위치한 피해자 ㈜C가 운영하는 D요양복지센터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가, 2021년 11월 울산 중구의 F주간보호센터 사무국장으로 이직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A씨가 D요양복지센터 퇴사 전인 2021년 9월경, 수급자들의 노인요양등급, 보호자 성명 및 연락처, 병력 등 '수급자 정보'와 센터 운영 관련 파일 총 903개를 휴대용 저장장치에 옮겨 반출한 뒤 이직한 F주간보호센터 업무에 사용했다고 보았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 반출, 사용한 행위이며, 업무상배임에도 해당한다고 공소사실을 적시했다. 피해자 회사는 해당 정보의 외부 유출 방지를 위해 직원 대상 영업비밀 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개인정보 보호 서약서 등을 징구하며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주장했다.
◇ 법원, "수급자 정보, 영업비밀 요건 충족 못 해"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영업비밀'과 '영업상 주요한 자산' 해당 여부에 대해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자료들이 ▲이용자가 요양원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정보이거나 ▲피고인이 업무 수행 중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정보인 점 ▲해당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또한, 수급자 정보 중 개인 정보는 직원들 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되었고, 피고인 자신이 이를 바탕으로 자료를 작성·수정하여 업무에 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근무 중 개인 휴대전화에 이용자 및 보호자의 연락처를 저장하여 업무에 활용한 점 등을 언급하며, 해당 정보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되었다'는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요양원의 업무용 컴퓨터에 별도의 암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아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고, 개인용 저장장치로 자료를 복사할 때 별도의 검사나 경고 절차가 없었던 점을 들어 정보가 객관적으로 비밀로 유지·관리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직원 퇴사 시에도 개인정보 반출이나 삭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강사 계약서 등 요양원 운영 관련 자료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거나, 동종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서식에 불과하며, 강사 정보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이 해당 정보를 전 직장에서 인지하여 이미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에 적시된 자료들이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