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삼성생명이 요양사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관련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의 노인복지시설 설치·운영업 진출을 위한 자회사 설립 신고를 수리함에 따라, 삼성생명의 신사업 진출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삼성생명은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요양사업 진출을 준비해왔으며, 올해 초에는 이를 팀으로 격상시키며 신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홍원학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시니어 리빙사업을 본격화하고 헬스케어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래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요양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심화로 인해 기존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손해보험사들의 점유율이 높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몇몇 생보사들은 고령화 흐름에 맞춰 요양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요양 및 장기요양 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에 따르면 국내 장기요양 시장은 2024년 약 216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이며, 2033년까지 연평균 4.80% 성장해 33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가칭)'를 통해 기존 공익재단이 운영하던 실버타운 '노블카운티'를 확장하며 요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이미 운영 경험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노블카운티를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초기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단순한 요양시설 운영을 넘어 주거와 돌봄을 결합한 통합 시니어 케어 모델을 구축하고, 여기에 보험·헬스케어·신탁 등 그룹 내 자원을 연계하는 종합 시니어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 요양 시장에서는 KB라이프의 'KB골든라이프케어'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신한라이프의 '신한라이프케어'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올 6월에는 하나생명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의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하며 요양사업 진출을 공식화했고, 삼성생명은 네 번째 주자로 합류하게 된다.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이번 요양사업 진출은 단순히 신사업 확대를 넘어 생보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202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에 달하고 노년부양비가 29.3명에 이르는 등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요양 수요 폭증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이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어떤 속도로 성과를 낼지가 향후 업계 전반의 방향 설정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과 부지 확보, 인허가 절차 등 여러 난관이 남아있으며, 이미 시장에 진출해 일정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사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사업이 실제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후발주자에 머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