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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가영 (시니어 힐링 뷰티 강사, 백세운동지도자) |
며칠 전, 어르신들과 함께 ‘천연미스트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이 수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솔직히 약간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건 젊은 사람들한테나 필요한 거지, 어르신들이 과연 관심을 가지실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수업을 시작하자, 한두 분은 손사래부터 치셨습니다.
“우린 뭐 하러 이런 걸 해요?”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다른 어르신들도 방 한 켠에 앉아 구경만 하시며 선뜻 참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아주 조용히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 위에 라벤더 추출물, 장미수, 글리세린, 정제수, 천연오일 등이 하나씩 놓이고, 스포이드와 작은 갈색 병이 손에 쥐어지는 순간. 어르신들의 눈빛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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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을 위한 미스트로 라벤더, 장비수 등 향기가 어르신들의 감각을 깨워 흥미유발과 대화소재로 충분했다. |
“이건 뭐야? 향이 참 좋네.” “이렇게 섞는 거 맞아?”
처음엔 망설이던 손끝이, 어느새 익숙하게 병을 들고 조심스레 섞기 시작합니다. 서툴지만 집중하는 모습, 향을 맡으며 표정을 바꾸는 모습, 직접 만든 미스트를 뿌려보며 거울을 보는 그 순간. 한 어르신이 조용히 말하셨습니다.
“이거 내 딸 줘야지. 좋아하겠지?” 또 다른 어르신은 손을 들어 물으셨습니다. “나도 하나 더 만들면 안 될까? 친구 줘야 해.”
거울 앞에서 미스트를 뿌리고, 미소 지으시는 모습에서 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미용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어르신이 자신의 몸과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나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노화란, 단지 외모의 변화가 아닙니다.
삶의 활력이 조금씩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경험이 반복될 때,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마저 작아지는 것이 노화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봤습니다. 향기로운 미스트를 손에 쥔 어르신의 손길, 그 손길 안에 담긴 작은 설렘과 생기, 그리고 거울 앞에서 피어난 미소. 뷰티 프로그램은 화장을 예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그 작은 병 안에는 라벤더 향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 웃을 수 있는 용기, 거울을 보며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그 모든 것이 바로,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돌봄이란 어쩌면 이런 과정이 아닐까요?
몸을 씻기고, 식사를 챙겨드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분의 ‘존재’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다시 되살리는 일. 그게 진정한 돌봄이며, 존엄을 지키는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조용히 어르신께 말씀드립니다.
“어르신, 지금도 충분히 예쁘세요.”
그 말에 환하게 피어나는 미소를 보면, 제가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다시 깨닫게 됩니다. 돌봄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그 마음은 향기처럼 오래도록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