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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이야기] 법원, "요양원 방임 인정, 업무정지 정당"

노인 사망은 기관의 치료소홀 책임…“흡인성 폐렴 의심 방치, 사망 초래” 판단

흡인성 폐렴의 위험성을 알리는 이미지(챗지피티)
인천지방법원이 장기요양기관의 노인 방임을 이유로 한 K시의 45일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적법하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해당 요양원이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은 패소로 종결됐다.

2023년 9월 14일 인천지법 행정1부(재판장 고승일)는 K시 소재의 C요양원을 운영하는 A법인이 K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2023구합51544)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 노인 보호 소홀, 폐렴 방치로 사망

사건의 발단은 2022년 3월, 해당 요양원에 입소한 1947년생의 장기요양 4등급 수급자 D씨가 급성폐렴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요양원이 심각한 연하곤란 증상과 기침·가래 악화 등 흡인성폐렴 위험 징후를 보이던 D씨에게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사에 따르면, D씨는 식사량 급감과 연하장애 증세가 있었으며, 사회복지사 및 간호조무사도 진료 필요성을 인지하고 병원 X-ray 검사를 건의했으나 요양원 측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보호자 역시 퇴소를 요구하며 영상통화를 통해 상태 악화를 확인했으나, 퇴소 준비 중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요양원 종사자들이 의료인과의 진료 연계를 소홀히 하여 보호·감독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는 노인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방임 행위로, 업무정지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 행정절차 위반 주장도 배척

원고 측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정이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통지가 필요했고, ▲‘방임’이라는 추상적 용어만 기재되어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정은 법적 효력을 가진 행정처분이 아니라 지자체에 보고되는 자료일 뿐이며, 실제 처분 권한은 시장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처분 이전의 사전 통지서와 청문 과정 등을 통해 원고는 충분히 처분 사유를 인지할 수 있었던 만큼,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 방임의 정의와 적용 기준 제시

이번 판결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6호 다목의 ‘방임행위’ 적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방임은 수급자에게 의식주나 치료 등 기본 보호를 제공하지 않아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인지된 위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흡인성폐렴의 위험성과 관련 증상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기관 내 의료전문가들이 그 필요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료 연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보호 의무 소홀”로 간주했다.

■ 요양기관 책임 강화하는 판결로 주목

이번 판결은 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적극적 모니터링과 진료 연계가 요양기관의 필수 책임임을 명확히 한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사례판정에 대해 지자체가 처분을 내릴 경우 법적 정당성을 인정한 판례로 향후 유사 사안에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K시는 해당 기관에 대해 2022년 11월 21일자로 업무정지 45일 처분을 내렸으며, 요양원은 2023년 1월 2일부터 같은 해 2월 15일까지 처분을 이행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항고는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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