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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내 인생도 책이 되네"… 요양원 어르신 9인의 삶, '기록'으로 피어나다

호서복지재단 효자의집, 3월 13일 자서전 출판기념회 ‘새록기록 제작소’ 개최

누군가의 어머니로, 혹은 이름 없는 노동자로 묵묵히 시대를 견뎌온 어르신들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호서복지재단 효자의집 요양원(원장 김동욱)은 오는 2026년 3월 13일 오후 2시, 요양원 지하 강당에서 어르신 9인의 생애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출판 기념식 ‘새록기록 제작소’를 개최한다.

기억의 조각을 모아 세운 '삶의 이정표'

이번 자서전에는 봉제공장 노동자로 청춘을 바친 이부터,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농촌의 어머니,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온 이들까지 우리 시대를 지탱해온 어르신들의 숨은 이야기가 담겼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라는 거대한 역사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낸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 유산이 되었다.

고령과 인지 저하로 인해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꺼내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더해졌다. 제작진은 반복적인 인터뷰와 따뜻한 회상 대화를 통해 어르신의 기억을 세밀하게 복원했다. 이 과정에서 효자의집은 ‘완성도보다 존엄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왜곡되지 않은 어르신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했다.

돌봄의 공간에서 '삶이 기록되는 장소'로

이미 지난 2월부터 효자의집 1층 로비에서는 이번 자서전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요양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 놓인 9권의 책은 방문객들에게 단순한 입소자가 아닌, 한 사람의 입체적인 인생을 마주하게 한다. 이는 요양시설의 의미를 단순히 몸을 의탁하는 ‘돌봄의 공간’에서, 한 인간의 역사가 존중받고 기록되는 ‘생활의 장소’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준다.

요양원 관계자는 “자서전을 받아 든 어르신들이 ‘내 인생도 책이 되네’라며 눈을 반짝이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어르신들의 존재가 생의 마지막이 아닌, 삶의 총합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진심을 담아 준비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열정과 지역사회의 가치가 만나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서대학교 RISE 사업단의 동아리 지원 사업을 통해 결실을 보았다.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효네스타’ 팀(김재종, 박유진, 김상미 / 지도교수 이선형)은 ‘초고령사회에서 어르신의 삶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해 이번 자서전 제작을 기획했다.

모든 제작 과정은 어르신과 보호자의 서면 동의를 거쳐 윤리적으로 진행됐으며, 중도에 제외된 어르신들이 있었음에도 '존엄한 기록'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끝까지 지켜냈다. 효자의집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대학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인문 프로그램을 확대해 어르신들의 삶을 사회적 자산으로 남기는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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